목회구상 (2017.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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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stor 작성일17-12-04 19:21 조회6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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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목회하는 동안 교회적으로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목회자로서의 목회구상을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목회구상을 위해 집중기도와 홀로 조용하게 매진할 수 있는 기도원이나 수양관 같은 곳이 많이 있지만 이곳은 그런 환경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고 장소도 마땅치 않았던 것 같고 또 여러 이유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올 해부터 목회구상을 위한 별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날 체크인을 하려고 리셉션에 들어서자마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빗줄기가 먼저 맞아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참 크고도 시원하게 환영해 주신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조용히 있노라니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해풍에 실려 오는 남태평양의 맑은 공기에 머릿속이 맑아집니다. 초저녁 무렵부터 비가 개이기 시작하더니 다음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났습니다.
 
라면과 햇반 그리고 참치 캔을 몇 개 준비해서 작은 캐빈 하나를 숙소로 정하고 들어왔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살펴보고 예약한 대로 이불이 구비되지 않아 침낭을 가지고 가야 했고 샤워실도 없고 화장실도 바깥 외부에 있어 불편한 점은 있지만 한 이틀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감사입니다.
 
교회의 지나온 발자취를 들여다보면서 많은 일들과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나는 무엇을 했나?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이르자 하나님 앞에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회가 터져 나옵니다. 교인들과 그 가정의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이 내 얼굴과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이름들을 부르며 하늘의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식적(食積)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음식이 위나 장에 쌓여 속이 부담스럽고 정체되어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목회구상의 시간을 통해 내 마음과 생각 안에 쌓였던 식적들이 내려가는 계기가 되었고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묵상과 기도를 통해 교회와 교인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앞으로의 목회적인 꿈과 비전을 스케치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구상은 완전하지 않으며 목회자 역시 완전하지가 않습니다. 직면한 현실에서부터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예기치 못한 여러 변수들까지 포함한다면 그야말로 예측불가입니다. 특히 하나님께서는 이번에 목회자는 설교자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셨고 나 역시 그것이 목회자로서의 가장 중요하고 큰 사명임을 마음에 새겨 말씀과 기도에 전념할 것을 다시 한 번 결심했습니다.
 
기도하기는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목회구상에 담겨져 은혜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더 기도할 뿐입니다.
목회는 목사 혼자의 일이 아니기에 함께 기도하고 함께 협력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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