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인생에 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 (201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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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01 18:28 조회5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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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한나 권사님 생신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아내의 큰언니가 되시니 내게는 개인적으로 처형이 되시고, 교회에서는 여성으로서 최고참 어른이시다.
식사와 담소, 기념사진과 함께 모두가 웃고 누구보다도 권사님께서 흐뭇하셨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모든 생일파티에서 축하 분위기와 흥이 돋우어지는 최고의 타이밍은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시간일 것이다.
생신 축하 노래와 함께 케이크 위에서 산들거리는 촛불이 입김에 꺼진다.
그리고 케이크는 먹기 좋게 작은 사이즈로 잘라 나뉘어져 여러 식구들이 디저트로 다 먹고도 남았다.

케이크를 통째로 먹지 않고 자르는 것은 삶을 나누는 것과 같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다 좋은 그 한 조각을 잘라 서로 나눌 수만 있다면,
즉 서로 이해하고 품고 관용할 수만 있다면 인생이 좀 더 달콤할 것 같다.

우리 인생은 통째로 하나이지만 단 한 개의 순간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의 시간 조각들이 모인 인생은 각자의 나이만큼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지만 여전히 미숙하고 서툴기만 하다.
그리고 자기 인생의 편린(片鱗) 하나를 떼어 누군가와 나누지만 솔직히 우리는 인생을 잘 나눌 줄도 모르고, 나누는 크기도 서툴기만 하다. 인생은 통째로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삶을 각자가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자르고 재단한다. 잘했다고 했는데도 보면 인생의 서투름이 곳곳에 나타난다. 때로는 자기 입 크기로 자른 자기 인생 케이크를 누군가에게 먹으라고 하는데 생각과는 달리 누군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서툴면 서툰 대로 흘러가는 시간들 또한 삶이다.
서툴고 허술해 보이는 삶 가운데서 우리는 끊임없이 받기도 하고, 때로는 주면서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서툰 삶이 빚어내는 어수룩함과 일그러짐 속에서 우리는 삶에서 인생의 조각들을 구워내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생을 오래 살았다고 해도 완벽한 고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지금의 시점에서 여전히 또 실수하고, 후회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림 중에 가장 얼룩진 그림, 여기저기 찢어서 갖다 붙인 쪼가리들로 너덜너덜한 모습, 조화롭지 못한 색감들이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을 꼽는다면 우리 인생일 것이다. 그런데 아름답다. 우리 인생은 맞지도 않는 퍼즐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서 이상한 모양이 되었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그 인생 그림이 이해가 된다. 조화로워 보인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의 최선이 항상 최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지도하심, 도와주심이 있어야 최악도 최선이 되고, 최고가 된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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