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예찬을 넘어 하나님을 찬양하기까지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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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23 04:54 조회1,0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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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골에서 출생했지만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은 도시와 가까운 지역에서 성장했다.
한국에서의 목회 역시 도시 목회를 한 탓에 빌딩숲과 아스팔트 속이 활동무대여서 하루 종일 다녀도 흙 한 번 밟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곳 타우랑가에 와서는 하루도 자연을 벗하지 않고, 흙을 만지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을 만큼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집 주인의 아내인 캐스(Kath)는 내가 밀짚모자를 쓰고 텃밭을 돌보거나 트랙터로 잔디를 깎거나 집 주변의 화단을 정리할 때면 나보고 영락없는 ‘농부’라고 했다가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나설 때면 웃으면서 이제는 ‘목사’ 같다고 한다.

자연은 가까이하면 할수록 살갑고, 흙은 만지면 만질수록 친밀해진다.
책과 배움을 통해 지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눈으로, 손으로, 몸으로 체득할 때면 ‘그래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의 재미가 있다. 자연과 흙이 품고 만들어내는 생명과 성장과 쇠락을 보면서 농사짓는 것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일상의 자연 속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안에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축소판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밭일(?)이라고 하기는 작은 텃밭이지만 땅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만큼 결실과 유익함으로 되돌려 준다.
교회와 교우들을 섬기는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서 좋은 것들은 사랑과 정성스런 손이 가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요즘처럼 가물은 날은 하루만 물을 주지 않아도 텃밭에 심은 어린 채소들이 힘을 잃고 축 늘어져시들시들해진다. 그러다가도 물을 주면 또 금방 살아난다. 보통 장갑을 끼고 일을 하지만 어떤 때는 잡초를 뽑고, 흙을 일구고, 쓰러진 작물을 일으켜 세우고, 또 넘어지지 않게 주변을 흙으로 도닥거려주는 일을 하다 보면 장갑도 안 끼고 일을 해서 손톱 밑에 흙이 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흙을 만지노라면 사색(思索)으로 생각이 깊어지고, 철학자(哲學者)가 되는 듯하고,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이치를 통찰하는 지혜(智慧)까지 샘솟는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고, 놀고, 삶을 즐기는 것의 관심과 분야가 다르겠지만 손에 흙을 묻혀보라고, 흙을 만져보라고, 흙과 사귀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연과 그 자연의 혜택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것은 인간의 마땅한 본분이다.
신(神)이 곧 만물(萬物)이고, 만물이 곧 신이라며 신과 우주를 동일시하는 범신론은 자연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고 다스리시는 피조물 세계이니 하나님께서만이 찬양 받으시기에 합당하시다.
자연 속에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신성(神性)이 담겨져 있는 까닭은 자연을 통해서 창조주 하나님을 깨달으라는 계시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자연을 ‘일반계시’라고 부른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하고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연을 창조하셨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에까지 이르러야 참된 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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