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정직하다. 씨앗의 일생은 지고지순(至高至順) 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땅에 심어주기만 하면,
씨앗은 최선을 다해서 싹을 틔우고, 쉬지 않고 자라며,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생명을 다해서 열매를 맺는다.

토마토를 풍성하게 먹으려고 Mitre 10에서 모종을 사와 심었는데 자연적으로 생명을 드러낸 것들도 있어서 반갑기 그지 없다. 작년에 심었던 방울토마토와 일반 토마토에서 떨어졌던 씨앗들이 얼굴을 내밀더니 잘 자라고 있다. 올해는 토마토가 넘쳐날 것 같은 풍성한 기분에 그놈들에게 물을 줄 때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다른 작물들도 있지만 토마토는 물을 줄 때마다 싱그러운 풋내음이 풍겨온다. 마치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처럼 코끝에 인사를 한다. 그래서 온실에 있는 작물들은 토마토 덕(?)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을 공급받는다.

화분에 기르는 식물 중 가장 진한 향을 내는 것은 'Gardenia' 우리말로 ‘치자 꽃’이다. 코끝을 갖다 대고 한참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진하다. 지금 꽃봉오리가 많이 맺혔는데 예전처럼 채 피지도 못하고 거의 대부분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피어난 한 두 송이의 향만으로도 거실이 꽃향기로 그윽하다. 이번에는 더 많이 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세상 모든 것은 의도적이든 은연중이든 자기를 나타내는 냄새가 있다.
진함에서 은은함에 이르기까지 벌과 나비를 부르는 꽃내음, 빽빽한 숲속 나무들이 품어내는 피톤치드의 초록내음, 잔디를 깎고 난 뒤에 진동하는 풀내음, 마운트 망가누이(Mt. Maunganui) 트랙을 돌 때면 콧속을 밀고 들어오는 상큼한 바닷내음이 좋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역시 사람내음이다.

사람이 좋으면 사람 모임 역시 좋다. 항상 사람에게 달려 있다.
자연은 오직 자기만의 냄새를 내는데 그것이 곧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고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기 냄새가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만이 냄새인 것처럼 생각하면 교만한 것이고, 어리석은 것이다.
사람은 함께 어우러져도 전혀 나쁘지 않고 더 좋은 향(香)을 낼 줄 알아야 한다.
그 냄새에서 인격과 성품이 마음에 와 닿음을 느낀다.

그런데 사람내음이 역해지면 어쩌나?
사람에 대한 생각만큼 기쁨과 동시에 실망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반복되면 상념에 잠기게 된다.
그 상념이 반복되면 생각이 깊은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사람 내음새가 좋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