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권리주장 & 권리포기 (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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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0-20 16:19 조회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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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와 함께 봄 마실 차 가까운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카페에 앉아 모카치노(mochaccino) 커피를 마시는 동안 카페의 터줏대감(?) 같아 보이는 작은 새들이 바닥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물고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노닐며 오가는 새들을 보는 잠시 동안 각박함에서 여유로움으로, 분주함에서 차분함으로, 경직됨에서 느긋함으로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내가 먼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입장을 위해 줄을 서다가 질서가 뒤엉켰을 때에도 훈훈한 미소로 ‘After You' 라는 말과 양보의 제스처가 어느새 삶의 일상이 되었다. 단순히 이곳 사람들의 민족성이나 문화라고 하기 전에 어려서부터 받은 유무형의 훈련을 통해서 삶에 체득되어진 미풍(美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과자 한 봉지를 놓고, 장난감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놓고 소유권을 주장할 때 ‘내가 먼저’ 라고 소리친다. 부모가 중재에 나서고 판결을 내려서 교통정리를 하지만 어른들 세계도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아이들보다 세련되게, 때로는 아이들보다 더 저급하게 ‘내가 먼저’ 라고 소리치며 움켜쥔 채 으르렁거릴 뿐이다.
우리는 ‘내가 먼저’ 라는 권리주장에 익숙하다. 수량은 한정되어 있고, 움켜쥐려는 대상은 많을 때 무질서와 치켜 뜬 눈과 거친 말들이 오고 간다. 그때는 먹잇감을 놓고 싸우는 짐승이 된다. 특히 상한 감정 때문에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해서는 단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으로 팽팽해진다. 부부간에, 부모자식 간에, 형제자매간에, 친구 등의 인간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내가 먼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권리포기이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자존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 사는 것도 짐승 사회와 다르지 않아서 누구나 다 똑같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본능적 사랑을 넘어선 의지적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이 사람을 사람 되게 한다. 그 인격이 욕심을 내려놓게 하고, 마음을 누르는 큰 산을 비워내고 먼저 평화의 손을 내밀게 한다. 원하는 것을 움켜쥐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내가 먼저’를 외칠 것인지, 아니면 눈을 지그시 감고 관용과 낮아짐의 정신으로 ‘내가 먼저’를 말할 것인지 우리는 어떤 내가 될 것인지 스스로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 거기서 사람의 됨됨이가 갈린다.

✤ 요한복음 1:1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 요한복음 1:14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말씀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이심을 내려놓고 육신이 되어(incarnation) 우리에게 오셨다.
전능자의 권리를 내려놓으시고 ‘주님이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손을 내미셨다.
그 사랑을 깨닫고 주님의 그 손을 잡는 자는 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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