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좋다.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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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4-25 19:21 조회1,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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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상춘객(賞春客)들로 붐비고, 이곳 타우랑가는 사방에 가을의 색감이 물들어가고 있다. 타우랑가는 겨울에도 영하의 날씨와 살갗을 스치는 삭풍과 펑펑 내리는 눈을 볼 수 없어서인지 가을에 대한 의미와 감각이 조금 약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보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천초목이 말라감에서, 눈에 뜨게 자라던 마당의 잔디들이 덜 자라는 것에서, 활엽수의 잎사귀들이 가을 물감으로 채색되어져 가면서 또 다른 생명을 위한 밑거름으로 돌아가라는 자연의 명령 앞에 자연의 일부였던 자신을 말없이 자연으로 돌이키고 모습ㅈ에서 가을이 보인다. 하늘은 갈수록 높고 푸르러만 가고, 가을바람은 세찬 휘파람을 불며 빈들을 달린다. 어찌 보면 황량할 것만 같지만 가을은 풍요의 시간이다. 제 색깔, 제 맛을 내는 제철 과일들과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열매들이 농익어가는 가을의 풍성함을 대변해 주고 있다.

어느 해인가 엄청난 양의 밤과 도토리를 주워 햇빛에 말리느라 마당에 펼쳐놓은 일이 생각난다. 아직까지 한 번도 그렇게 많은 양의 열매를 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흐뭇했고,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해마다 익어가는 가을의 풍성함과 넉넉함처럼 사람도 해마다 그렇게 속사람이 익어가고 마음과 생각, 삶이 넉넉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그 풍성함과 넉넉함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말없이 성큼 다가와 곧 떠날 채비를 하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좋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따사로운 햇살이 좋다. 집집마다 피어있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보기에 좋다. 먹음직스런 과일들이 좋다. 토실하게 영근 밤톨이 좋다. 그러나 가을이 진짜 좋은 이유는 갈아입은 긴 팔 옷 안에 깃드는 따뜻함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잡은 사람의 손이 따뜻해서 좋다.

가을의 풍성함은 땀 흘린 노동의 보상인 동시에 겨울을 나도록 예비 된 축복의 시간이다, 오늘 자신의 풍성함을 즐기되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을 바탕으로 인생의 겨울을 대비하는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땀 흘림도, 열매를 거둠도, 겨울을 지나는 것도 다 유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자신의 가을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누리고, 즐겨야 한다.
자신의 삶을 너무 꽉 조이며 사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압력을 견디지 못한 부분에서부터 터지고, 누수 되고, 삶이 헝클어지고 힘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가을에는 조금 여유를 가져도 좋다. 그러나 가을이 자신의 땀만으로 그 열매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따가운 가을 햇살이 과일 속을 익히고 당도를 높게 해주듯이 인생의 열매나 사람 자신이 익어가는 것도 자기의 땀과 재주와 능력에 있지 않다. 인간의 모든 최선을 다하고 난 다음에 열매는 오직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임을 깨닫는다면 가을은 더욱 풍성할 것이며, 그 풍성함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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