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가을이야기’로 가득하다.
아침저녁으로 낮아진 기온이 가을 날씨라고 말한다.
평상시보다 더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 하늘이라고 말한다.
하루의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가을밤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채색되어져 가는 나뭇잎과 그 낙엽들이 가을을 재촉한다.
가지 끝에서 익을 대로 익어 떨어지는 도토리들, 발과 눈에 걸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산중의 알밤들,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서 건드릴 때마다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호두, 노란 은행 열매들이 가을철이라고 말한다.
마당의 텃밭과 창문 밑에 심어 놓은 프리지어(freesia)의 새순들의 파란 당당함이 대지를 뚫고 나오면서 가을이 왔다고 이야기한다.
과일 매장에 진열된 풍성해지는 가을철 과일들이, 그리고 해마다 이맘 때 쯤 키위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대접하는 키위 열매와 교인이 정성껏 마음을 담아 가져온 짙은 색깔의 아보카도 열매가 풍성한 가을이 왔다고 말한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며 시간에 밀리고, 치이다가 내 눈앞에 다가온 가을을 마음에 담아 잠시 흐르는 시간을 세워 본다. 자연의 질서는 때를 따라 정확하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자기 철이 되면 반드시 자기 할 일을 한다.
사람 역시 각자의 삶을 사는 동안 자기의 위치를 알고, 자기 할 일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일을 해 낼 때가 가장 아름답고 돋보인다. 자의적이지 못하면 타의적일 수밖에 없고,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남이 선택해 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가을 앞에서 지난 시간 내가 심고, 내가 정성을 들여 가꾼 것에 대해 어떤 열매들이 맺혔으며 만족한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가을은 열매를 통하여 자기 삶의 분석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열매를 보고 단순 기쁨과 실망에 머물지 않고 열매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묵상함으로써 다가올 삶의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가 때가 있음을 알지 않는가? 씨를 뿌릴 때는 거둘 수 없으며, 거둘 때는 씨를 뿌릴 수 없다. 많은 후회는 때를 실기(失期)했을 때 온다. 자연의 이치를 자신의 삶에 대입시킬 줄 아는 지혜만으로도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내 앞에 다가온 인생의 시간들을 대할 때마다 수많은 생각 속에 마음먹을 때, 와 마음을 닫을 때, 말할 때와 침묵할 때, 움직일 때와 인내하고 기다릴 때, 취할 때와 내려놓을 때,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 등등을 구분하는 인생 훈련을 한다. 가정, 자녀교육, 생업, 정착 등 많은 인생의 목표와 정상을 향해 가는 여정에 수도 없이 발생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때를 분별하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하나님께 구하는 사람은 사람과 삶 모두 깊고 풍성해질 것이다.

여름의 뜨거움을  뒤로 하고, 영육 간의 풍성한 수확을 꿈꾸며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