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보급, 첨단 기기들을 통해 문명의 좋음과 편리함을 누리지만 그래서일까? 그 고마움이나 여운이 오래 남지 않는 것만 같다.
어떤 사람들이 고학(苦學)한 이야기를 들으면 영어 사전을 한 장 외울 때마다 다 사전의 종이를 씹어서 먹었다고 한다. 어느 한쪽에 편중할 수 없는 무게가 각각 있지만 과연 쉽게 얻은 것과 어렵게 얻은 것 가운데 어떤 것이 오래도록 남고, 우리 인생에 각인되는 것일까?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환함에서 오는 문명의 이기와 편리함을 누리는 것은 좋지만 쉽게 얻고 쉽게 버리고 쉽게 잊는 것이 일상화되는 것은 옳지 않은 발전이라고 여겨진다.

살면서 사람이나 환경에 대하여 단 한 번에 ‘바로 이것이다’는 확신이 얼마나 들까? 많은 문학작품들과 영화, 드라마의 이야기들이 사람의 삶을 그렇게 꿰맞춰 전개하는 것을 보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사람, 그런 환경의 주인공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것은 단 한 번에 되고 얻어지는 것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려고 하고, 쉽게 얻으려고 하고, 쉽게 누리려고 한다. 하지만 쉽게 얻은 기쁨, 쉽게 얻은 돈, 쉽게 얻은 사람, 쉽게 얻은 육체를 통한 즐거움은 오래 남지 못하고 빨리 사라진다. 오직 힘겹게 얻은 것들이 끝끝내 내 곁에 남아 있고, 계속해서 내 인생의 훌륭한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다.

삼국지에 보면 위(衛), 촉(蜀), 오(吳)의 전국패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데 패배한 장수가 항복하는 경우도 있고, 죽음을 선택한 장수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쉽게 얻은 장수는 많은 수가 쉽게 돌아선다는 것이다. 반면 어렵게 얻은 사람은 끝끝내 그 충절과 의리를 버리지 않는다. 삼국지의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는 내용이다. 이 말은 인재를 얻기 위해 참을 성 있게 세 번이나 누추한 곳을 찾아간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제갈공명은 유비 당대에는 물론이고, 그 아들 유선의 대에 이르기까지 촉(蜀)나라를 위해 죽는 날까지 헌신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자기의 스승이 없는 것은 모든 것을 쉽게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쉽게 얻은 가치, 쉽게 얻은 사람이기에 또한 쉽게 버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스승이 없기에 배움이 없고, 배움이 없기에 학문의 습득 여부를 떠나 무례하고 무식한 것이다. 쉽게 얻으려는 것이 늘 문제이다.

재수가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하면서 쉽게 얻은 것을 행운이라 말하지만 그렇게 쉽게 얻은 것은 오히려 불행과 실패의 씨앗이 될 소지가 더 크다.
사랑도, 사람도, 재물도 쉽게 얻은 것은 빨리 사라지기가 쉽다.
어렵게 얻은 것을 고생이라 말하지만 절대 아니다. 어렵게 얻은 것은 우리에게 큰 행복과 기쁨을 오래 안겨준다. 어쩌면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의 소원을 금방 들어주시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