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名人)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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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7-06 06:24 조회1,3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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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데 준치는 몸길이 50cm 정도이고 모양이 밴댕이와 비슷하다. 모래 바닥이나 개펄로 된 얕은 바다의 중층에 사는 물고기인데 시간이 오래 지나 상한듯해도 물에 잘 씻어 불에 구어 먹으면 맛과 영양은 변질되지 않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떠한 제품이 오래되었어도 그 진가(眞價)는 변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명품을 구입할 능력 여하를 떠나 명품에 환호하고 관심 있어 한다. 때로는 단순히 브랜드 값인 경우도 있지만 진짜 명품은 그 가치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정비 학과에 다니고 있는 아들 링컨(Lincoln-성근)이 타고 다니는 차는 1989년식 BMW로 20년이나 된 오래 된 차량이다. 하지만 차를 운전해 보면 지금도 안정적이고, 좋은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의 메커니즘과 편의장치들을 보면 20년 전에 이런 기발한 생각으로 차를 양산할 수 있음에 놀라면서 명차 소리를 듣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

물건에 명품(名品)이 있듯이 사람도 명인(名人)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얇아지는 사람들, 금방 좋았다가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금방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들, 또는 정리되지 않은 내면세계의 심성 때문에 변사(變詐)가 잦은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장독에 오래 묵은 고추장, 된장에서 깊은 맛이 나듯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과 가치를 지니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변질됨이 없이 깊은 맛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맛은 역시 사람이다. 인생의 깊은 맛도, 얕은맛도 사람에게서 난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속이 보인다. 만날 때 무겁고, 또는 만나고 난 후에 씁쓸하고 개운하지 않은 맛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서는 오래도록 우려내고 기름을 다 걷어낸 담백한 사골과 같은 깊은 맛이 나는 사람이 있다. 신맛 나는 큼지막한 깍두기 하나만 놓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명인(名人)이 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 교회를 다닌다는 것은 반드시 사람의 맛을 제거한 것은 아니다.
믿음은 자신에게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받는 선물이지만 기본 인격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품격은 스스로를 훈련하여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싸구려로 만들 것인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망각의 힘을 가진 시간의 힘을 역류하여 세월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때로는 아주 작은 금액의 차이를 놓고 따지기도 하지만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는 돈의 액수를 따지지 않고 구입한다.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결코 상품만이 아니다. 사람도 명품과 같은 명인으로 각인될 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건이 좋으면 아무리 불황이라도 시장에서 잘 팔리고, 사람이 좋으면 아무리 구직난에 감원 바람이 불어도 반드시 길이 열리고 살아남는다. 더 이상 불황이나 세상 탓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 장인(匠人)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배우는 것은 사람이며, 또한 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배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오고 가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감동과 순수한 흥분이 차분해 질 때(?)가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치이게 되는 아픔과 상처 때문에 아름다운 관계를 위하여 사람에 대한 거리를 조절하게 되는 이유는 빨리 가기를 포기하고 멀리 가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주님의 교회, 그리고 목회자인 나 자신을 위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에 대한 완급(緩急)을 조절해야만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을 명품으로 다듬으시는 전능하신 장인(匠人) 하나님 그분의 손길을 믿는다.
토기장이신 하나님께서 나와 사람들을 명인(名人)으로 빚으실 것을 믿고 인내하며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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