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그 무엇이 된다는 것 … (20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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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5-31 14:33 조회1,4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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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의 유행성 독감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각 나라마다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주변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 의미가 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 나를 통해서 도전적, 긍정적, 발전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 그는 누군가에게 영향(influence)을 끼쳐 의미를 주는 인간 인플루엔자가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근본적으로 자살을 미화(美化)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그를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또한 그를 버린 자들에게도 그는 의미가 되었다. 조국 강토의 산천들이 조금 늦게(?) 그러나 아주 많이 늦은 시점에서 가슴을 치고 통곡하고 있다. 추모의 발길이 전국적으로 500만 명에 이르렀고, 장례식 날 그를 상징하는 노란 색은 자신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부터 그가 가는 곳마다 노란색 물결을 이루었다. 특히 만화(滿花)의 절정은 서울 시청 광장에서 서울역까지를 가득 메운 40~50만의 민화(民花)였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의미가 되었던 의미를 주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움직이면서 거대한 노란 꽃 천지를 만들었다.
왜 사람은 꼭 죽은 다음에 제일 큰 상(床)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 
엄청난 추모 인파와 장례식 날 표현된 민심에 정부와 기득권의 집권여당도 내심 놀라고 긴장하였으리라.
마치 삼국지에서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 있는 사마의를 물러서게 한 것처럼 산 자가 죽은 자를 두려워하는 형국이 되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는 날까지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누군가의 무엇, 즉 의미가 된다.
누군가의 마음과 기억, 그리고 가슴에 박혀 남아 있는 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가정, 나라와 민족, 세계의 역사가 그렇게 존속되어져 왔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 곧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하늘에서 이슬들이 내려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더니 아침이슬은 아침햇살 앞에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침이슬은 따뜻한 햇살을 거부하지 않고 공기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물기를 머금은 아침이슬의 공기는 대기 속에 머물다가 다시 찬 기운과 만날 때 이 땅에 이슬로 내릴 것이다. 가슴에 남아 있는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스산한 바람에 낙엽들은 갈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휘날리고 땅바닥을 구르며 떠난다. 그러나 내년 봄에는 다시 푸르고 빛나는 낙엽의 생명들이 또 새 생명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본체에서 떨어져 밟히고, 날아가고, 썩어지는 낙엽들도 또 다른 생명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인생이 자신만을 위한 삶의 내용들로 채워져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
때로는 평범함이 위대함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저 자신만을 위한 삶으로 점철되어 있는 평범함이라면 자기 마음과 생각, 그리고 삶의 틀에 대해서 반란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나만이 아닌, 내 자녀, 내 가정, 내 삶을 위함만이 아닌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입이 되어주고, 마음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반란 말이다.

누군가 자기 가슴의 아픔과 상처 때문에 토해 놓은 ‘날숨’을 자신의 ‘들숨’으로 마실 수 있는 넉넉함과 변호가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더 많이 따뜻해질 것이고, 국가, 사회적인 행복지수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단지 너와 나만을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세상에서 힘들어도 좀 덜 힘들게 느껴지는 훈훈함과 아름다운 ‘우리들 세상’이 될 것이라는 소망과 기다림을 품는다.
깊이 생각하자.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있는가? …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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