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는 4,800만, 뉴질랜드의 인구는 이제 400만 조금 넘어 섰다. 양 나라의 인구 차이가 무려 10배가 더 된다. 단순한 비교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한국은 인구가 많아서인지 보편적으로 볼 때 사람에 대한 존엄과 이해와 배려, 양보에 있어서 뉴질랜드보다 한 수 아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風潮), 약자를 끝도 없어 보이는 비참함으로 떨어뜨리는 사회 구조악의 세태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일으킨다. 우리는 뉴질랜더(Kiwi)들에게서 그 사람의 입장과 생각이 되어 보는 것에 대한 삶과 문화, 사회의 기조(基調)를 배워야 한다.

우리가 다 경헌하고 있는 것이지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한번 꼬인 인간관계의 매듭은 풀리기가 더욱 힘들다. 나 아닌 상대방의 생각이 되어본다는 것은 고상한 일이지만 말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자신에게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나 아닌 남을 위한다거나 남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보편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일이다. 자기의 이해(利害), 또는 실리와 관계된 특별한 경우에는 더더욱 남의 입장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가치와 내 인생은 남에게 할애(割愛)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 마음 상하고 분노한 적이 있는가?
더 이상 말도 안 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한참 또는 여러 날을 가슴앓이하고 잠 못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경우에 항상 나쁜 생각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문득 솟구치는 이해와 관용의 생각을 그대로 떠나보내지 않는 다면 그는 훨씬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만약 그 사람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다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마음이 생긴다.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면 그 사람의 발 크기를 알 수 있듯이 그 사람의 그때 그 입장과 생각에 설수만 있다면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생각이 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여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기도 하다. 나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자신의 화(火)와 가슴앓이를 다스리는 힘이며,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다. 남편, 아내, 자식, 부모 형제자매, 이웃들, 또 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한 박자만 호흡을 늦추는 법을 삶에 적용해보자. 상대방과 똑같은 심정(心情)과 똑같은 심장(心臟) 박동과 호흡으로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대치 국면과 갈등만이 계속될 뿐이다. 한 박자만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내려놓고 한 호흡만 늦추어 보자. 마음이 넓어지고 문제가 작게 보일 것이다. 물론 상대에 따라 너무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용하고 이해하면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는 심성이 나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상대의 반응과 태도 여부를 떠나 그 입장이 되어 보자. 그 사람의 생각이 되어보자. 그리고 자신과 상대방 앞에 맑고 투명하게 서 보자. 그렇게 해서 얼굴과 입가에 웃음의 해가 떠오르면 자신의 마음을 비롯하여 세상과 너무도 많은 것들이 환하게 보일 것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할 수도 있을 것 같아도 사실 내가 당사자 되면 너무도 요원한 일이다. 사람은 그만큼 각자의 입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심장을 다스려보자. 한번 내 입장과 태도를 내려놓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