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심고 키운다는 것 (20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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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1-18 13:53 조회1,5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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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식물들은 흙의 품속에 씨앗을 심으면 그 싹이 빨리 나오고 생장이 빠르다.
무엇을 심은 뒤 기다려지는 것은 생명의 신비와 열매의 기쁨이지만 심는 대로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끔 씨앗을 심으면서 씨앗을 심는 것과 사람을 심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씨앗과 같이 사람 안에도 생명력과 내면의 힘이 있다. 그 생명력과 내면의 힘을 싹 틔우고 자라고 열매 맺게 하도록 하는 것이 내 사명인데 사람들에게서 실망스러움과 안타까움과 깊은 속 쓰라림을 반복해서 겪을 때 사람을 심는다는 것이 주저되어진다. 사람에 대한 피로감의 반복은 때로 사람 안에 생명의 씨앗을 심는 것에 대한 참 의미를 흔들리게 할 때도 있다. 목회자의 마음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같건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는데 깊은 고민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곽탁타’라는 사람의 나무심기 정신을 마음에 새기련다.

중국 당나라 때에 ‘곽탁타’(郭橐駝)라는 나무심기의 달인이 있었는데 그가 심는 나무마다 다 튼실하고 열매를 잘 맺었다고 한다. ‘나무 심는 법’을 통해 세상의 도를 설파한 그에 대해 소개한 당송 팔대가의 하나인 유종원의 ‘종수 곽탁타전’(種樹 郭탁駝傳)에 실린 글이다.
『모종을 할 때는 자식같이 정성들여 해야 하고, 그 뒤엔 버리듯이 놔둬야 한다.
걱정도 하지 말고, 다시는 돌아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와 반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무를 심어놓고 사랑이 너무 깊은 나머지 심하게 근심하고 아침에 보고 저녁에 와서 또 들여다보고, 잘 자라고 있는가 흔들어도 본다. 이것은 오히려 나무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관심도 이러하고, 백성에 대한 정부의 간섭 또한 이러한 경우가 허다하다.』

나무든 사람이든 저마다 자기 안에 생명력과 내면의 자율적 힘을 타고 난다. 믿음을 가지고 그 자율의 힘에 한껏 맡기는 것이 좋다. 너무 자주 만지고 손대면 작고 일그러진 분재(盆栽)가 되고 만다. 분재로 가까이 둘 것인가, 거목(巨木)으로 키울 것인가?

자식 사랑에 대한 우리 부모들의 열정은 그 하루 일상이 자녀들의 일정에 맞추어져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식들을 잘 뒷받침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귀한 것이지만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만큼 크지를 못한다. 거기에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외모나 체격은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커졌지만 도전의식과 기상(氣象)은 너무도 유약하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들에게 있다.
자녀 사랑과 자녀 교육은 일맥상통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탁월한 부모가 따로 있지는 않겠지만 자녀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과 생명력과 내면의 자율적 힘이 터져 나올 수 있는 미래의 싹을 부모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녀를 망치려는 부모는 없지만 자녀들은 속으로 부실해져 가고 있다.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가 만들어 놓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다가 어느 날 인생의 정글에서 태풍과 삶의 변수(變數)를 만나는 날 지금까지 지식을 공부한 것 가지고는 제대로 서지도, 싸워보지도 못하는 골다공증에 걸린 약골 같이 될까 두렵다.
자녀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골몰하지 말고, 자녀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예의와 기도하는 습관과 인생 성공의 원리와 삶의 기술들을 터득할 수 있도록 틀을 잡아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진짜 부모의 할 일이다.
부모가 지혜로워야 자녀들이 건강하고 능력 있는 아이들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목회자도 부모들도 ‘곽탁타’의 나무심기를 마음에 새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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